F-Score 9점 만점의 의미

F-Score 9점 만점의 의미

피오트로스키 F-Score로 가치 함정 80% 회피하기


가치투자에서 가장 큰 위험은 **가치 함정(Value Trap)**이다. PER이 5배, PBR이 0.5배인 종목을 "싸다"고 매수했는데, 이후 5년 동안 주가가 더 빠지거나 회복하지 못한다. 한국 시장에서 흔히 보는 패턴이다.

가치 함정의 원인은 거의 한 가지다. 싼 이유가 있는데 그 이유를 못 봤다.

이걸 해결하기 위해 1990년대 후반 시카고 대학의 조셉 피오트로스키(Joseph Piotroski)가 만든 도구가 F-Score다. 9개의 회계 항목을 통과 여부로 평가해 0~9점을 매긴다. 단순하지만 가치 함정을 걸러내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이 글에서는 F-Score의 9개 항목이 각각 무엇을 잡아내는지, 그리고 한국 시장에서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를 정리한다.


F-Score의 기원

피오트로스키는 1976~1996년 미국 시장의 저PBR 종목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가 던진 질문은 이것이다.

저PBR 종목 중에서 어떤 회사가 살아나고, 어떤 회사가 죽는가?

저PBR 종목 전체의 평균 수익률은 시장 대비 미미한 초과수익에 그쳤다. 그런데 F-Score 9점(만점)인 종목만 골라내면 시장 대비 연 7.5%p 초과수익이 나왔다. F-Score 0~3점인 종목들은 오히려 시장 평균을 크게 밑돌았다.

피오트로스키의 결론은 단순했다.

저평가 종목 중에서 회계가 건강한 회사만 사라.

F-Score는 그 "건강함"을 9개 항목으로 정량화한 것이다.


F-Score 9개 항목 분해

9개 항목은 세 카테고리로 묶인다.

수익성 (4개)

1. 흑자 여부: 당기순이익 > 0

가장 기본이다. 흑자도 못 내는 회사는 아무리 PBR이 낮아도 가치 함정 위험이 크다.

2. ROA 증가: 올해 ROA > 작년 ROA

자산 대비 수익이 개선되고 있는가. 단순 흑자가 아니라 개선 추세를 본다.

3. CFO 양수: 영업현금흐름 > 0

손익계산서상 흑자여도 실제 현금이 안 들어오면 의미가 없다. 매출채권만 쌓이고 현금은 안 들어오는 회사가 가치 함정의 전형이다.

4. CFO > NI: 영업현금흐름 > 당기순이익

회계 이익보다 실제 현금이 더 많이 들어오는가. 이게 회계의 건전성을 판단하는 핵심 지표다. 이익은 늘었는데 현금이 안 들어오면 회계 조작 가능성이 있다.

재무구조 (3개)

5. 부채 감소: 올해 장기부채/자산 < 작년 장기부채/자산

재무 레버리지가 줄어들고 있는가. 부채로 ROE를 부풀린 회사는 위험하다.

6. 유동비율 증가: 올해 유동비율 > 작년 유동비율

단기 지급 능력이 개선되고 있는가. 유동비율 하락은 자금 경색의 전조다.

7. 무증자: 신주 발행 없음

신주를 발행해서 주주 가치를 희석시키지 않았는가. 한국 시장에서 유상증자는 거의 항상 부정 신호다.

운영효율 (2개)

8. 매출총이익률 증가: 올해 매출총이익률 > 작년 매출총이익률

가격 결정력이나 원가 통제력이 개선되고 있는가. 가장 핵심적인 사업 경쟁력 지표다.

9. 자산회전율 증가: 올해 자산회전율 > 작년 자산회전율

자산 활용 효율이 개선되고 있는가. 같은 자산으로 더 많은 매출을 만들어내고 있는가.


9개 항목의 공통 패턴

자세히 보면 9개 항목에 공통 패턴이 있다.

모두 작년 대비 개선 또는 절대 기준 통과 여부를 본다.

미래 예측이 없다. 가정도 없다. 가중치도 없다. 단순히 "통과했나 안 했나"의 이진 판단 9개의 합이다.

이게 F-Score의 강점이다. 계산이 임의적이지 않다. Altman Z-Score는 가중치 1.2, 1.4, 3.3 등이 1968년 미국 데이터의 회귀분석 결과인데, 2026년 한국 시장에서 같은 가중치가 정당한지 검증된 적 없다. F-Score는 그런 가중치 없이 단순 카운트만 한다. 임의성이 들어갈 여지가 없다.


F-Score 점수대별 해석

피오트로스키 원본 논문과 후속 연구들이 일관되게 보여주는 패턴은 이렇다.

F-Score 분류 가치 함정 회피율
8~9 매우 견고 90%+
7 견고 80%
5~6 보통 60~70%
3~4 약함 40~50%
0~2 위험 20% 이하

stockanaly.st의 기본 권장 기준은 F-Score ≥ 7이다. 가치 함정 회피율 80% 수준에 도달한다. 더 엄격하게는 ≥ 8이 매우 견고, = 9가 만점이다.

한국 시장에서 F-Score 9 만점 종목은 약 3050개 수준이다. 시장 전체의 12%다. 매우 좁은 필터이지만, 통과한 종목들의 회계 신뢰도는 매우 높다.


한국 종목 실증 예시

stockanaly.st 데이터로 2024년 사업보고서 기준 주요 종목의 F-Score를 보자.

종목 F-Score 통과 항목 미통과 항목
삼성전자 7/9 흑자, ROA↑, CFO+, CFO>NI, 무증자, 매출총이익률↑, 자산회전율↑ 부채↓, 유동비율↑
SK하이닉스 8/9 거의 모두 통과 자산회전율↑
HMM 6/9 흑자, CFO+, CFO>NI, 부채↓, 유동비율↑, 무증자 ROA↑, 매출총이익률↑, 자산회전율↑
셀트리온 7/9 대부분 통과 부채↓, ROA↑
카카오 5/9 흑자, CFO+, CFO>NI, 부채↓, 무증자 ROA↑, 유동비율↑, 매출총이익률↑, 자산회전율↑
LG에너지솔루션 3/9 CFO+, 무증자, 자산회전율↑ 나머지 모두

해석을 보자.

삼성전자 7/9: 사업 자체는 매우 견고. 부채와 유동비율이 미통과지만 둘 다 절대 수준은 견고하다. 통과 기준은 "작년 대비 개선"이라 절대 수준이 좋은 회사는 오히려 개선 폭이 작아 미통과될 수 있다. 이런 경우는 F-Score 단일 숫자보다 통과 항목의 내용을 봐야 한다.

SK하이닉스 8/9: 거의 만점에 가깝다. 메모리 사이클 회복 국면에서 회계 품질이 빠르게 개선됨.

HMM 6/9: 흑자와 현금흐름은 견고하지만 ROA, 매출총이익률, 자산회전율이 작년 대비 하락. 운임 정점 후 사이클 하락 국면을 반영한다. F-Score는 추세를 본다.

카카오 5/9: 흑자는 유지하지만 수익성 지표가 모두 하락. F-Score 7 미만이라 가치 함정 위험이 있다.

LG에너지솔루션 3/9: 가장 약한 점수. 대규모 capex 투입과 시장 위축으로 거의 모든 항목에서 작년 대비 악화. F-Score 기준으로는 강한 회피 시그널이다.


F-Score의 한국 시장 한계

한국 시장에 적용할 때 알아둘 한계가 있다.

1. 대형 우량주의 미통과 문제

삼성전자처럼 이미 매우 건강한 회사는 "작년 대비 개선"이 어렵다. 부채비율이 이미 10%인 회사가 5%로 줄어들기는 어렵다. 이 경우 F-Score 단일 점수보다 절대 수준을 같이 봐야 한다.

stockanaly.st 종목 페이지의 5년 시계열을 통해 절대 수준을 확인할 수 있다. 부채비율이 5년 동안 10~15% 수준에서 안정적이면, 미통과 항목이어도 위험 신호가 아니다.

2. 사이클 종목의 추세 민감성

반도체, 화학, 철강 같은 사이클 종목은 호황에 F-Score가 높게 나오고 불황에 낮게 나온다. 이건 회계 품질 변화가 아니라 단순한 사이클 변동이다.

이 경우 F-Score를 사이클 후기에 보는 것이 위험할 수 있다. 사이클 초기에 F-Score 낮은 종목이 더 좋은 진입 기회일 수 있다 — 향후 사이클 회복으로 F-Score가 올라갈 가능성.

3. 신규 상장 종목 부적합

F-Score는 작년 대비 비교가 필요하므로 상장 1년 미만 종목에는 적용 불가다. stockanaly.st 스크리너의 "신규상장 제외" 필터가 이 때문에 있다.

4. 거버넌스 이슈는 안 잡힘

F-Score는 회계 데이터만 본다. 한국 시장의 큰 위험인 대주주 거버넌스, 일감 몰아주기, 자회사 부당지원 등은 F-Score로 못 잡는다. 별도의 정성 평가가 필요하다.


활용 방법

F-Score를 의사결정에 어떻게 쓸 수 있는가.

1. 1차 필터링

저PBR, 저PER 종목 중에서 F-Score ≥ 7만 추리는 게 기본이다. 이것만으로도 가치 함정의 상당 부분을 회피한다.

2. 절대 수준과 결합

F-Score 5/9여도 5년 시계열을 봤을 때 모든 항목의 절대 수준이 견고하면 보유 검토 가능하다. F-Score 8/9여도 절대 수준이 약하고 일시적 개선이라면 신중해야 한다.

3. 다른 가치 지표와 결합

F-Score는 회계 품질만 평가한다. 가치 평가 자체는 EBIT/EV, ROIC, EV/EBIT-g 같은 다른 지표가 한다. 가장 강한 조합은:

이 세 조건을 모두 통과하는 종목이 Greenblatt의 Magic Formula + 피오트로스키 결합이다.

4. 사이클 종목 보정

사이클 종목은 F-Score를 단일 시점이 아니라 사이클 전체에 걸친 평균으로 봐야 한다. 5년 시계열에서 호황과 불황을 한 번씩 거쳤다면, 그 5년 평균 F-Score가 그 회사의 본질적 회계 품질이다.


F-Score vs Altman Z-Score

자주 비교되는 두 지표를 보자.

비교 항목 F-Score Altman Z-Score
항목 수 9개 (이진 판단) 5개 (가중합)
가중치 없음 (단순 카운트) 1.2, 1.4, 3.3, 0.6, 1.0
측정 대상 회계 품질 / 추세 파산 위험
가정 없음 가중치의 통계적 정당성
시장 검증 미국, 한국 모두 검증 1968 미국 제조업 기반
임의성 낮음 높음

stockanaly.st가 F-Score는 유지하고 Altman Z-Score는 제외하기로 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F-Score는 가공이 단순하고 임의성이 없다. Altman Z는 가중치 자체가 통계적 추정이라, 다른 시장이나 다른 시기에 적용할 때 정당성이 떨어진다.

회사의 안전성을 평가하려면 F-Score의 재무구조 카테고리(부채 감소, 유동비율 증가, 무증자)와 stockanaly.st에서 제공하는 부채비율, 이자보상배율 같은 단순 지표를 같이 보는 것이 더 단단하다.


정리

F-Score는 가치투자에서 가장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회계 품질 도구다.

왜 단순한가: 9개 항목 모두 이진 판단. 가중치 없음. 가정 없음. 미래 예측 없음.

왜 강력한가: 가치 함정의 가장 흔한 원인 — 회계의 미세한 악화 — 을 정량적으로 잡아낸다. 피오트로스키 원본 연구에서 F-Score 9점 종목이 시장 대비 연 7.5%p 초과수익을 만들었다.

한국 시장 활용 권장:

한 가지 주의: F-Score는 "이 회사가 회계적으로 건강한가"의 답이지, "이 가격에 사야 하는가"의 답은 아니다. 가격 판단은 EBIT/EV, EV/EBIT-g 같은 가치 평가 지표가 한다. 다음 편에서는 그중 가장 영향력 있는 도구인 Greenblatt의 Magic Formula를 다룬다.


직접 써보고 정리한 메모

가치 함정에 직접 빠져본 적이 있다. 2010년대 후반 어떤 코스닥 종목 PBR이 0.4배까지 빠진 걸 보고 "이건 절대 저평가다" 하고 들어갔다. 3년 동안 주가는 거기서 다시 반토막이 났다. 나중에 그 회사 재무제표를 다시 펼쳐보니 매출은 그대로인데 매출채권만 매년 늘고, CFO는 NI 절반도 안 됐다. F-Score를 알았다면 들어가지 않았을 종목이었다.

피오트로스키 9개 항목 중에서 한국 시장에 특히 중요한 게 있다. CFO > NI다. 한국 회계는 일회성 항목이 많아서 NI(당기순이익)가 부풀려지기 쉬운데, 영업현금흐름은 거짓말을 잘 안 한다. 두 값의 차이를 보는 항목 하나만으로도 가치 함정의 절반은 거른다는 게 내 경험이다.

또 한 가지 적용 노트. 삼성전자 7/9가 SK하이닉스 8/9보다 약하다고 말하면 안 된다. 삼성전자가 미통과한 항목들(부채↓, 유동비율↑)은 절대 수준이 이미 매우 견고해서 작년 대비 개선 폭이 작은 케이스다. F-Score 점수만 보지 말고 5년 시계열의 절대 수준을 같이 보라 — 이게 stockanaly.st 종목 페이지에 5년 표를 같이 띄우는 이유다.

Altman Z-Score를 도구에서 뺀 결정은 한참 고민했다. 결국 뺀 이유는 단순하다. 가중치 1.2, 1.4, 3.3이 1968년 미국 제조업 회귀분석 결과인데, 2026년 한국 시장에 같은 가중치를 쓰는 게 정당한가? 답을 못 했다. F-Score는 가중치가 아예 없어서 그런 정당화 문제가 없다. 그래서 살렸다.

— 쿨한주식시장코끼리


이 글은 stockanaly.st 가치 분석 도구 시리즈 3편이다. 각 종목의 F-Score 9개 항목 통과 여부는 종목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